저자 서문
나는 마치 소설을 쓰듯, 긴장감과 입체감을 담아 이 책을 쓰려고 노력했다. 좋은 소설에서는 모든 답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모든 답을 알지 못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많은 부분이 여전히 가려져 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가려져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전쟁의 기원, 맥아더와 덜레스의 작전, 트루먼과 애치슨의 약점, 중국이 전쟁에 말려든 이유, 그리고 휴전 회담이 지연되고 협상 시작 때부터 휴전에 적대적이었던 미국 군인들 때문에 복잡해진 문제들을 새로이 조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 국민들과 유엔이 경계심을 가질 수 있도록 숨겨진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춰내려고 노력했다. 마치 전쟁이 한창인 듯한 분위기 속에서 글을 쓸 때부터, 나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따르는 사람들이 반박할 수 없는 자료를 활용해야만 내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나는 미국과 유엔 문서, 그리고 권위 있는 미국과 영국 신문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나는 북한의 청서를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거기서 찾아낸 것은 놀랄 정도로 적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소련 외상 비신스키(Andrey Vyshinsky)가 유엔에서 한국전쟁에 대해 한 연설을 통해서도, 만약 그 연설이 비신스키처럼 유능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었다면, 러시아 측도 이 전쟁의 기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1
나는 이 전쟁에서, 그리고 모든 전쟁에서 진실은 양측의 단순한 선전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전쟁에서 강대국들이, 특히 워싱턴, 모스크바, 베이징이 오래 전부터 예상했지만 모두가 피하고 싶어 했던 그 대결을 갈망하는 완고한 위성국들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은 사라예보 사건 사이에는, 비록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유사점이 있다.
나는 이 책의 유용성을 세 가지로 본다. 이 책은 냉전에 대한 사례 연구이고, 전시 선전, 즉 전시에 발간되는 신문과 공식 문서를 읽는 방법에 대한 연구다. 전시 선전꾼들은 노골적인 거짓말보다는 강조, 생략, 그리고 왜곡을 선전 도구로 삼으며,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만들어 창출해 낸 것들을 살펴보고 스스로 진위를 가려내는 방법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내부 자료”나 내막의 폭로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한국전쟁의 숨겨진 이야기들, 즉 공식 기록들을 자세히 검토하고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기를 바랐다. 방대한 참고 문헌을 포함한 원고의 출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존 래클리프, 시빌 메이, 캐서린 윈스턴, 그리고 마딘 라이언을 포함한 소수의 동료들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았다. 많은 인내와 고통이 따르는 이 일에 도움을 준분들께 감사드린다.
뉴욕
I. F. 스톤
1952년 월 15일
역자 주 : 안드레이 비신스키(1883~1954)는 소련의 정치가.법률가로 스탈린 시가에 검찰총장을 지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외무장관, 유엔 대표를 지냈다.